헤어조크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우정과 애증의 관계를 넘나들었던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의 사후에 만들어진 작품. 헤어조크가 13살 때 이루어진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5편의 작품을 함께 하며 지속된 특별한 관계와 추억의 회고, 그리고 클라우스 킨스키의 광기를 보여주는 기행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스트라빈스키의 불꽃과 차이코프스키의 얼음이 만난다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광기의 에너지로 이글거리는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 그리고 그 통제 불가능한 야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차갑게 지켜보면서 카메라 프레임 속에 가두는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이 두 사람의 기나긴 애증 관계는 영화사에서 결코 도달 할 수 없을 것 같던 새로운 미적 영역을 개척한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1999년 작 다큐멘터리 <나의 친애하는 적>은 이 불꽃과 얼음의 극한 대립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노스페라투>, <보이체크>, <코브라 베르데>, <아귀레, 신의 분노>, <피츠카랄도> 등 5편의 장편영화를 함께 했던 영화적 동지이자 원수였던 킨스키와의 첫 만남, 이후 영화 촬영 기간 내내 참아내야 했던 킨스키의 기행과 히스테리, 발작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실제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했던 일화들, 수백 톤의 증기선을 산 위로 끌어 올리는 무모한 촬영, 영화 속 스토리보다 더 회자된 정글 속 이야기들은 대단히 흥미롭다. 마지막 2분, 나비와 함께 애처럼 즐겁게 놀면서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는 킨스키가 비춰진다. 킨스키를 주목하던 카메라가 어느새 헤어조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순간이다. 나비의 날개짓같이 가벼웠던 킨스키, 평생 그의 광기를 카메라 프레임 속에 잡아 두려 했던 헤어조크의 미안함이 고백처럼 드러난다. 비로소 그는 그를 날려 보낸다. (오정호)
1999 상 파울로 국제영화제, 관객상
베르너 헤어조크 Werner Herzog
1942년 독일 뮌헨 출생. 산골 마을인 바바리아에서 자란 그는 영화는 물론 TV와 전화도 접하지 못한 채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린 나이부터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철공소에서 번 돈으로 단편 <헤라클레스>를 제작,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첫 장편 <싸인 오브 라이프>(68)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면서 주목 받는 감독이 됐다. 이후 <아귀레, 신의 분노>(72)로 그의 페르소나,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를 만났으며, 뉴저먼시네마의 기수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그는 극한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목표를 추구해가는 광기 어린 인물들을 주로 다뤘으며, <하늘은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돌보지 않는다>(74), <피츠카랄도>(82), 와 <그리즐리 맨>(05) 등을 통해 칸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